한번 써보는 일기

요즘 관심이 가는 건 의식이나 마음에 관한 것인데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그렇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다가도 돌아오면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데 그게 내재된 어떤 문제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참조적인 시스템으로서의 나, 폐쇄적인 재귀시스템으로서의 내면.

일기를 구체적으로 써보려고 하는데 막상 화면을 마주하고 있으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

오늘 꿈을 꿨는데 사람이 많이 참가한 캠프를 와이와 함께하는 꿈이었다. 정해진 시간까지 어느 캠핑장에 가야 했는데 둘 중 한 명이 먼저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고 한 사람이 뒤늦게 캠핑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와이가 노트북을 프로젝트에 연결하여 무언가 발표를 했는데 바탕화면에 아주 긴 시간 동안 사귀었던 이전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몇 가지 당혹감을 느꼈는데 모두가 나와 와이가 사귀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 여자친구의 사진을 배경으로 설정해놓은 것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보였다는 것이 수치스러웠고, 나에겐 예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놓고 사실은 그 기억을 여전히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웠다.

화가 났는데 사람들과 함께 모여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화를 참으려고 노력했다. 화를 내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파한 후에 와이에게 가서 화를 눌러가며 이런저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와이는 대충 받아들여주었던 것 같다.

질투심과 시기심,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다급함, 못생긴 형태로 뭉쳐진 억울함과 분노 같은 것들이 큰 것 같다.

지난 10월에 예약을 해두었던 상담소에서 2주전쯤 연락이 왔었다. 평일 낮 시간으로 시간이 났다고 하길래 회사를 다녀서 그 시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럼 토요일로 상담을 잡아주겠다고 했고 토요일은 상담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더 적어서 아마 일정이 더 뒤로 밀릴 거라고 했다. 막상 전화를 받으니 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하여서 순순히 미뤄달라고 하였다.

결국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내면의 어떤 성정이나 이미 누적되어 있는 정서, 그리고 일차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들인 것 같다. 갑자기 터뜨리게 되는 신경질, 분노들... 이성적으로 제어가 아예 되지 않느냐고 하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와이에게 화를 내면서도 머리로는 내가 지금 심하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나 스스로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난감한 감정이 드니까. 나 자신을 해체시키고 싶다. 누군가의 망령이 나에게 씌었다는 식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고 싶다. 이걸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혼자 지내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주변 관계를 조성하게 되므로 스스로에게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무난한 자아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난 참아보려고 노력을 안했는가? 더 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건 유전적인 문제인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개선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왜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그냥 혼자 지내면 안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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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사실상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직업을 그만하고 싶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 일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맞다. 나 혼자 악을 써서 당연히 될 일도 아니다. 혼자서 악을 써서 될 일이 아닌 수많은 일들을 난 혼자 악을 써서 해결하려고 해왔던 것 같다. 이젠 개선의 의지가 피곤하다.


11시반에 와이와 30분 정도 통화를 하고 12시쯤 잠이 들었다. 1시쯤 와이에게 전화가 와서 깼다. 짧은 통화를 했다.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이제 나조차도 진심인지 모르겠는 말을 하고 와이의 위로를 들었다.

어제 와이와 함께 와이의 옛날 블로그를 읽었다. 우리가 사귀기 3개월 전 5월에 와이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와이는 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혼자 있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더 죽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랑 가까이 있을 때 문제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그것의 해결가능성도 도무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야만 사라지는, 나라는 시스템의 문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꾸 화를 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그냥 포기해야 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혼자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 미안하니까.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심각한 결함이 있는 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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