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그리시코베츠

아픈 나는 막스에게 전화했다. 그는 상태가 더 안 좋았다. 우리는 전화로 잠시 수다를 떨고는 갈색 톤의 인테리어에 저녁마다 ‘플랫’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도시의 유명그룹이 공연하는, 담배 연기 자욱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식당은 우리 집과 막스네 집의 정확한 중간 지점에 있었다. 고향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가까이 있다. 식당에는 언제나 막스가 먼저 와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여름의 주말은 아주 좋았다. 여름에는 식당 앞 파라솔 아래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향 도시의 여름 토요일 두 시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저 아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외운 길을 따라 막스를 만나러 갔다. 태양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고 아스팔트가 갈라져 걷기 힘들었다. 머릿속에서는 뇌가 별개의 신체기관처럼 느껴졌다. 그때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말없이 마주보고 앉았다.
“양심을 지키며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막스가 구부정하게 앉아서 말했다. 그는 나를 기다리면서 맥주를 아주 조금 마셨고, 내 잔의 맥주가 일 센티미터 정도 더 높았다. 그는 내 맥주까지 주문해놓고 기다렸다. 막스는 늘 숙취로 우울하게 신랄해져 있었다.
“막스, 내 맥주 미리 시켜놓지 말라니까! 김도 빠지고 미지근해졌잖아!”
내가 으르렁댔다.
“닥쳐! 넌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막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맥주잔을 들었다. 그리고 나도...

맥주 맛은 정말 끝내줬다. 그러고 나서 나는 맥주를 작은 잔으로, 막스는 큰 잔으로 한 잔 더 마셨다. 그러고 나면 종업원이 따뜻한 살랸카 수프와 얼린 보드카 백 그램을 가져왔다. 우리는 보드카를 오십 그램씩 나눠 마셨다. 그리고 수프를 먹었다. 그러면 몇 분 뒤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햇빛, 나무에 걸린 큰 잎사귀들, 파라솔의 그늘, 여름 소리, 자전거 타는 아이들... 그리고 내 가슴을 기쁨으로 아주 높이 두둥실 띄워 보내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직 긴 저녁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행복하다! 그리고 여름도 막 시작되고 있다. 세상에, 얼마나 멋진가! 주말이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