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방법론>



모렐리는 감식가들이 감식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미술 작품 자체의 시각적 형식이라고 보고, 이를 기초로 귀납적인 가설을 세우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미술사학자들이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후 그것을 입증할 단서들을 모은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피하기 위해 모렐리는 어떤 결론으로 치닫기 전에 면밀하고 세심하게 관찰한 것들을 끌어 모았다. 이것은 작품의 외관상 아주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세부까지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렐리는 손, 귀, 손톱 같은 세부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로 인해 그는 일생 동안 조롱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1914년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사소한 세부에 집중하는 모렐리의 연구가 방법론적으로 정신분석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모렐리의 감식 과정은 의도적이지 않거나 무의식적인 흔적에 기초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정신분석학적 논의에 따르면 미술가들은 귀와 손 같은 사소한 요소들을 표현할 때 더욱 본능적이고 특정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 작품의 구성이나 등장인물의 얼굴 생김새처럼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관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학적 해석은 어떤 면에서는 모렐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이트 이전인 19세기 후반에 이미 무의식이라는 용어가 심리학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었는데, 모렐리는 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렐리는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를 본보기 삼아 과학적인 미술사 연구를 추구했다. 그에게 미술사학자란, 주변 자연 환경의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형태, 즉 종과 속을 통해 표본을 밝혀내는 일종의 분류학자인 셈이었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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