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중력파 검출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하는 결과를 입증할 마지막 실험적 도전입니다. 중력파의 최초 검출은 100년간 인류가 도전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던 과학적 발견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력파의 검출은 ‘최초의 발견이라는 영예’보다 더욱더 가치와 잠재력을 가지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바로 ‘중력파 천문학gravitational-wave astronomy’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여는 일입니다. 중력파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단순히 검증하는 사건이 아니라 중력파를 통해서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window을 가지게 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이 책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 그 중력파의 직접적인 검출을 위한 수십 년간의 인류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력파와 관련된 자세하고 직접적인 소개와 저술은 필자가 알기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논문집과 학술지 등에 수차례 게재된 중력파에 관한 소개글들은 일반 대중과 학생들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다소 전문적인 내용의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중 과학잡지 등에 소개된 좋은 글들도 있었으나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이 거대한 인류의 도전의 역사와 여정을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수년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해왔고 집필을 위한 자료를 모아왔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중력파 검출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라이고 과학협력단LSC,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을 지난 십수 년간 지척에서 관찰하며 기록한 것들을 저술로 남긴 저명한 사회학자인 해리 콜린스Harry Collins의 저작 <중력의 그림자Gravity’s Shadow>를 번역하여 소개할 생각이었습니다. 이 저작은 라이고 과학협력단 그리고 조지프 웨버와 일련의 중력파 검출 실험단과 교류하며, 그 과학적 성취를 위하여 어떻게 과학자들이 집단적으로 연구와 연구협력을 꾀하고 있는지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 저술입니다. 즉, 일반 대중에게 과학적 사실을 소개하는 대중 과학서적의 목적보다는 사회학적 분석에 대한 가치에 비중을 둔 책입니다.

해리 콜린스는 첫 저작인 <중력의 그림자>에 이어, 라이고 과학협력단의 두 건의 중요한 사건인 ‘추분점 이벤트Equinox Event’와 ‘빅 독 이벤트Big Dog Event’를 역시 사회학적 관점에서 기술한 <중력의 유령과 빅 독Gravity’s Ghost and Big Dog’을 출간했습니다. 이 두 권의 저서를 탐독하고 번역하여 소개하려던 필자의 생각은 이 저서를 읽고 번역하던 도중 바뀌었습니다. 해리 콜린스의 사회학적 분석을 담은 저작을 직접 번역하는 것은 중력파 검출 실험과 그 과학적 노력을 중심으로 일반 대중에게 소개하려던 필자의 목적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일련의 자료들을 더 수집하고 소화하여 필자가 의도하던 방향으로 직접 써 내려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필자의 새로운 저술에서 해리 콜린스의 저작은 아주 훌륭한 참고도서가 되었습니다. 함께 의기투합하며 해리 콜린스 저작의 완역을 결의했었던 필자의 후배에게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앞선 저작의 완역이 앞으로 결실이 있게 된다면 분명 사회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중요한 역작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바이셉2BICEP2’라는 남극의 관측실험의 결과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화제가 되었고, 대중에게도 중력파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습니다. 중력파가 큰 화제의 중심이 될 수 있으나 그것에 대해 충분히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자료들이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의 시나리오 및 과학자문을 담당한 킵 손Kip Thorne 교수가 국내에서도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가 이 중력파 검출 실험을 미국에 제안한 라이고 프로젝트의 제안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분위기로 이제 중력파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충분히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수개월간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초고를 완성하는 데에는 단지 일과 후에 투자를 하는 시간으로도 단 두 달이면 충분했습니다. 밤잠을 설치고, 위궤양을 겪으면서도 그 시간들을 즐겁게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설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설렘’은 바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앞으로 수년 내에 다가올 중력파 천문학의 발견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그런 ‘설렘’이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사건의 흥분을 함께 느끼게 될 순간에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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