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남들이 나에게 참기 어려운 사람인 것만큼이나 나도 그럴 것이다. 그런 생각은 생생하게 상상해보기가 어려운데 이럴 때 인식의 한계를 너무 느낀다.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고 싶지만 아무 것과도 연결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남들을 자주 떠올리고 기억한다고 해도 그게 나 혼자만의 벽장 안에서 그러는 거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어떤 때에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즐겁고 행복해지고 내가 나로 있는 것이 충분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때는 기억을 파고들어가면서 내 눈에 흙을 직접 끼얹는 것 같다.현실감각도 같이 파내어서 없애버리는 것 같다.현실감각이 없는 내가 난 정말 미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고립되어서 있고 싶다. 혼자 있을 때마저 내가 우습고 비참한 사람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고 싶다. 그게 왜 두렵지. 혼자 있을 땐 상관없을 수도 있는데.

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게 무섭다. 엄마를 집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는데. 벨을 누른 건 누구였을까? 가스 검침원? 집주인? 내가 혼자일 때는 아무도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 사는 건 혼자 살면서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구를 꾸리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지도 않은 무명의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인 것 같다.

사람들은 내가 아니고 세계도 내가 아니고 순전히 확률로만 따졌을 때 난 나로서 오래 존속하게 될 확률이 높은데 그 사실을 믿기 힘들다. 낮에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사람들이 정말 싫어진다. 아주 고집센 사람처럼 필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무뚝뚝한 사각형의 모양으로 하게 된다. 그들도 내 얘기를 듣기 싫어한다. 듣기 싫은 얘기하는 건 피차 마찬가지인데. 괴롭고 재미없는 사람들.

경기장에서 격한 몸놀림으로 경기를 끝내고 나온 운동선수의 땀을 닦아주기 위해 수건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이 a같다. B는 수건을 받아들고 땀을 닦는 사람 같다. 잘못한 게 없음에도 b는 밉상이다.

부장급 편집자들의 서점방문기를 읽었고 그들이 낯뜨거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꿈에는 윤이 나왔다. 그는 예전에 자주 그랬던 것처럼 나를 마주보고 앉아 나의 어떤 면들을 너무 칭찬하고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왜 그러는 거지. 사랑해서 그랬던 걸까. 나는 계속 바닥에 쳐박혀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는데 윤만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직까지도 이런 기억에 사로잡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하지만 동시에 몇 년간 떠올리지도 못했던 그 기억들이 그때랑 똑같은 느낌으로 떠오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를 매듭짓지 않고 미래로 갈 수 있을까 아니 매듭이란 건 없겠지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미로 속에서 그렇게 돌아가기도 하는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예정된 삶만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그게 가장 큰 공포다.

지금은 뭔지 기억 안 나는 재미있는 일을 떠올리며 웃는 얼굴로 집에 돌아왔고 그때는 내가 예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로움이 없는 삶. 바깥에서 새로움을 구하지 못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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