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10시에는 ㄷ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너무 죽고 싶은 마음으로 걸어 카페에 왔다. 마녀배달부 키키를 즐겁게 보고 돌아와서 계속 우울하게 있었다. 나에겐 왠지 ㄷ이 연락을 귀찮아할 거란 생각이 있다. 요구하는 게 힘들다. 진짜 사랑하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계속 참아야 될 것 같다. 혼자서 지내는 게 삶이 되었고 그렇게 잘 살 수 있도록 너무 많은 것을 힘겹게 바꿨는데 이제 또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해서 화가 나서 미칠 것 같고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근데 다시 생각해봤을 때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 내가 이러고 있는 것도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로 걸어오는데 너무 많은 의심이 들었다. 기쁨을 마음 놓고 느끼지를 못한다. 모든 것을 안 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

서울극장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1호선에서 두 역만 지나서 내려서 시청에서 환승해야 했는데 ㄷ이 올린 일기를 읽느라 더 갔다. 주말에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은 우울함이나 괴로운 대신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 번거롭지 않을 정도로만 생각나고, 번거롭지 않을 정도로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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