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보내줘

주말 동안 무거워서 들고다니기 귀찮다는 이유로 귤을 사지 않았고 와이의 집에서 꾸준히 먹었다. 밤이 되니까 입이 심심해 귤이 너무 먹고 싶다. 와이에게 귤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금요일에 번역출판 관련 포럼 참석하러 일찍 나와서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와이집으로 갔다. 누워서 꽁냥꽁냥하고, 곤드레치아바타 사들고 스타벅스 가서 디카페인 커피 마시고, 돌아와서 링피트했다. 와이가 하는 것을 보다가 잠들었다.

금요일부터도 몸이 뻐근한 감은 있었지만 버틸만 했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몸이 무척 뻐근하였다. 토요일은 12시에 병원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10시반쯤 일어나서 천천히 씻고 같이 병원으로 갔다. 12시에 예약을 했지만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나니 진료를 받으러 들어간 것은 1시 10분이었다. 전형적인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8일치 우울증 약을 받았다. 이번달 동안은 매주 방문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울증은 재발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초발시 꾸준히 1년동안이나 약을 먹으라고 하였다.

첫 3일간은 약을 조금 주었고 이후 날짜부터 증량해서 약을 주었다. 아직 증량된 날짜의 약을 먹진 않았는데 증량되기 전의 약은 청록색 캡슐 알약 1개이고 찾아보니 이것은 프로작을 카피한 어떤 약이라고 한다.

애인과 밥을 먹으러 갔는데 도통 입맛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너무 힘들었다.

누워서 쉬다가 잠에 들어서 두시간 넘게 잠을 잤다. 그동안 와이는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논문을 읽었다.

자고 일어나니 몸이 조금 개운했지만 일어나 있다보니 다시 두통이 오고 몸을 움직이기 힘든 근육통이 왔다. 머리에 열도 많이 났다. 와이가 멀리까지 가서 약을 사왔다. 갈근탕이라는 생약과 해열진통제였다. 빈속에 먹으면 안된다고 하여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뜨거운 수제비를 먹고 갈근탕와 해열진통제를 먹었더니 몸이 굉장히 가뿐해졌다. 스타벅스에 가서 얼그레이 생크림 케이크와 요거트도 먹었는데 땀이 좀 나는 것이 느껴졌고(갈근탕이 몸살이 있을 때 땀을 빼주는 약이라고 한다) 이후 몸과 기분이 무척 가벼워졌다. 링피트를 50분 넘게 했다. 와이는 애인이 링피트 전사라는 내용의 트윗을 트위터에 올렸다.

같이 잠을 자고 결혼 이야기를 보러 상상마당에 왔다. 미역국을 끓여 같이 점심을 먹고 와이는 공부하러 연구실에 갔다.

나도 카페에서 가만히 쉬다가 저녁을 먹은 후 신발을 보러 폴더나 에이비씨마트를 다녔다. 다니면서 내가 와이에게 무척 못되게 굴고 있다는 것이 여러 방면으로 생각이 났다. 못된 마음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다음주도 그다음주도 휴일이 없어 힘든 일주일들이겠지만 어김없이 수요일에는 애인집에 가서 링피트를 할 것이고 주말에도 오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약을 계속 먹다보면 효과가 날 것이다. 집중력도 올라갔으면 하고, 초조해하지 않고 미래를 넓게 보는 시각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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