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위한 일기

 와이파이가 터졌다 안 터졌다 하는 곳에서 쓰는 일기. 

작업을 하러 왔는데 플랜츠좀비 서바이벌 미니게임만 한 판 조졌다. 소설에 참고할 <풀하우스>는 누군가에게 빌려주고(회사 동료) 오랫동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해서 굴드의 다른 책을 가지고 왔다. 맥피에 관한 언급이 잠시 있었다. 다윈과 토머스 헉슬리, 굴드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에 관해 메모처럼 남겨놓은 글들, 필사해놓은 메모들을 하나의 노트로 묶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정리법에 대해서 물으면 돌고래가 잘 알려주겠지.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보다 복잡한 생각 없이 집중해 있는 시간이 더 절실하다. 수학 퍼즐을 푼다거나 게임 한 판 한다거나 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 내면에 생기는 규칙들과 그 규칙들을 따라서 살기만 하면 되는 일들. 규칙 속에서 사는 일이 정말 편하다. 나는 가끔 규칙을을 깨는 일을 좋아한다고 스스로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내가 만든 내 규칙 속에서 나는 가장 황홀하게 지낸다. 마약이 따로 필요가 없음. 


담배 피우고 싶은데, 어제 산 담배를 집에 두고 외출하였음. 

오늘 본 트윗 중 기억 나는 것: 고양시의 큰 화원인 더그린가든센터에 있는 무늬루즈베고니아(비싸다) 잎장을 누가 잘라갔다고. 베고니아는 잎꽂이를 할 수 있으니까 그걸 번식시키면 새로운 개체로 키울 수 있음. 그걸 잘라간 사람의 마음 같은게 무척 궁금하고 사실 나도 그걸 잘라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음. 도둑 퀴어. 살인자 퀴어. 변태 퀴어.... 등등. 부도덕한 면을 퀴어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언제나 내 그런 면을 퀴어하다고 파악했던 것 같다. 규칙 속에 미친듯이 몰입해있으면서 그 밖의 모든 규칙을 무시하는 생활. 내가 만든 규칙만 아니라면 아무 상관이 없는... 이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 가끔 부끄럽지만 대부분 부끄럽지가 않다. 


누군가 풀하우스에 나를 초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 나와 친구는 우리만의 작은 정원을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달에 30만원 정도면 공간을 빌릴 수가 있다. 연세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월마다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년마다 내는 식의. 

수족관에 가고 싶어진 건 한 가수의 인스타그램에서 해파리 동영상을 보고 나서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오사카에 있는 해유관을 방문하여 해파리와 가오리, 상어와 오징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은 내가 수족관에 처음 가고 싶어 했던 순간과 분리되지 않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아주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바깥과 나의 경계가 흐려지고 흐물흐물해진다는 게 무슨 뜻일까? 내가 쓴 말이지만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지키는 규칙들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이 많아진다는 걸까. 흐물흐물해지는 것과 내가 아닌 다른 종류의 생물들을 만나는 게 어떤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카페에 온 지 한 시간 조금 넘었는데 눈이 졸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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